대용량이 항상 싸지 않다 — 단위가격으로 비교하는 습관
"큰 게 싸다"는 건 대체로 맞습니다. 문제는 대체로입니다. 총액만 보면 큰 쪽이 비싸 보이고 작은 쪽이 싸 보이는데, 100g당으로 바꿔 계산하면 순위가 뒤집히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그리고 1인 가구에는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단위가격이 싸도, 다 못 먹으면 비싼 것입니다.
단위가격은 총액의 순위를 뒤집는다
단위가격은 같은 양으로 환산한 값입니다. 100g당, 100ml당, 1개당으로 바꿔 놓고 비교하는 것이죠.
숫자는 이해를 위한 예시입니다.
| 상품 | 총액 | 용량 | 100g당 |
|---|---|---|---|
| A (소용량) | 5,900원 | 400g | 1,475원 |
| B (대용량) | 11,900원 | 900g | 1,322원 |
| C (기획팩) | 9,900원 | 600g | 1,650원 |
총액만 보면 A가 가장 싸고 B가 가장 비쌉니다. 100g당으로 보면 B가 가장 싸고 C가 가장 비쌉니다. "기획팩"이라 이름 붙은 C가 실은 가장 불리한 선택입니다.
이 계산은 어렵지 않습니다. 가격 ÷ 용량 × 100이면 끝입니다. 마트 가격표에 작게 적힌 단위가격을 그대로 읽어도 되고요. 습관이 되면 3초면 됩니다.
그런데 대용량에는 세 가지 비용이 더 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조언입니다. 1인 가구라면 한 걸음 더 가야 합니다.
1. 유통기한 안에 다 먹을 수 있는가
900g을 사서 400g만 먹고 버렸다면, 실제로 지불한 단위가격은 100g당 1,322원이 아니라 11,900원 ÷ 400g × 100 = 2,975원입니다. 소용량 A(1,475원)의 두 배가 됩니다.
계산이 뒤집히는 게 아니라, 애초에 잘못된 분모로 계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단위가격의 분모는 "산 양"이 아니라 **"먹은 양"**이어야 합니다.
2. 보관 공간과 상태
원룸 냉장고에 900g짜리를 넣으면 다른 걸 못 넣습니다. 냉동실에 넣어 두면 오래 가지만, 해동을 반복하면 맛과 식감이 떨어집니다. 결국 미루다가 버리는 경로로 가기 쉽습니다.
3. 버리는 양은 단위가격을 무한대로 만든다
극단적으로, 하나도 못 먹고 버리면 단위가격은 무한대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돈을 두 번 쓰는 일이기도 합니다 — 살 때 한 번, 버리는 봉투값으로 또 한 번.
그래서 실질 단위가격으로 계산한다
배송비를 더해야 온라인 가격의 실체가 보이는 것처럼, 단위가격도 먹을 수 있는 양을 반영해야 실체가 보입니다.
실질 단위가격 = 가격 ÷ (실제로 먹을 양) × 100
앞의 예시에 "혼자서 유통기한 안에 500g까지는 먹는다"는 조건을 넣어 보겠습니다.
| 상품 | 총액 | 용량 | 먹는 양 | 실질 100g당 |
|---|---|---|---|---|
| A (소용량) | 5,900원 | 400g | 400g | 1,475원 |
| B (대용량) | 11,900원 | 900g | 500g | 2,380원 |
대용량 B가 소용량 A보다 훨씬 비싼 선택이 됩니다. 표시된 단위가격만 보고 B를 골랐다면 손해를 본 것이고, 이건 최저가의 함정에서 다룬 미끼가격과 성격이 같습니다. 표시된 숫자가 내가 실제로 부담하는 숫자와 다른 경우니까요.
1+1과 증정의 함정
1+1은 단위가격을 절반으로 만드는 강력한 할인입니다.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 둘 다 먹을 때만 그렇습니다.
- 유통기한이 긴 것(라면, 세제, 휴지): 1+1은 거의 항상 이득입니다
- 유통기한이 짧은 것(우유, 두부, 샐러드): 하나를 버릴 가능성부터 계산하세요
증정 상품도 같습니다. "덤"이라도 내가 안 쓰는 물건이면 가격의 일부를 그것에 지불한 셈입니다.
온라인은 두 번 계산해야 한다
온라인 장보기는 계산이 한 겹 더 있습니다.
- 배송비를 더한 실질가를 먼저 구합니다
- 그 실질가로 단위가격을 계산합니다
순서를 바꾸면 답이 틀립니다. 5,000원짜리 400g 상품에 배송비 3,000원이 붙으면 실질가는 8,000원이고, 100g당 1,475원이 아니라 2,000원입니다. 마트가 압도적으로 싸질 수 있습니다.
무료배송 기준선을 채우려고 필요 없는 걸 담는 것도 앞서 본 최소주문금액과 같은 함정입니다. 배송비 구조는 무료배송의 함정에 자세히 정리해 뒀습니다.
자취생·1인 가구를 위한 현실 기준
| 품목 성격 | 판단 |
|---|---|
| 상하지 않는 생활용품 (휴지·세제) | 대용량·1+1 적극 유리 |
| 유통기한 긴 식품 (라면·통조림·쌀) | 대용량 유리, 보관 공간만 확인 |
| 냉동 보관 가능 (고기·냉동채소) | 소분해서 냉동하면 대용량 유리 |
| 유통기한 짧은 신선식품 (우유·두부·채소) | 소용량이 안전 — 버리면 다 손해 |
| "기획팩"·"묶음" 표시 | 반드시 100g당으로 검산 |
여기서 소분이 핵심 기술입니다. 대용량 고기를 사서 한 끼 분량으로 나눠 냉동해 두면, 대용량의 단위가격 이점을 살리면서 버리는 양을 0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퍼백 값이 아까워 보이지만 버리는 고기값보다 훨씬 쌉니다.
정리
단위가격은 총액이 만든 착시를 깨는 도구입니다. 그리고 1인 가구에는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 분모는 산 양이 아니라 먹을 양입니다.
- 총액이 아니라 100g당·100ml당으로 본다
- 온라인은 배송비를 더한 뒤에 단위가격을 계산한다
- 대용량은 다 먹을 수 있을 때만 싸다
- 소분·냉동으로 "다 먹을 수 있는 양"을 늘린다
- "기획팩"이라는 이름은 할인의 증거가 아니다
알뜰킹의 최저가 검색은 표시가가 아니라 배송비를 더한 실질가로 정렬 합니다. 위 두 겹 계산에서 첫 번째 겹을 대신 해 주는 셈입니다. 두 번째 겹인 단위가격은 상품마다 용량 표기가 달라 자동 계산이 어렵습니다 — 이건 아직 직접 해야 하는 몫입니다.
작은 습관이지만 금액으로는 큽니다. 적립금 몇백 원을 모으는 것보다, 매주 사는 품목의 단위가격을 한 번 계산해 두는 것이 훨씬 큰 절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