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의 진짜 원가 — 1인 가구가 요리할 때 빠지는 계산

지난 화에서 배달 한 끼의 결제 총액을 뜯어봤습니다. 결론은 혼자 시키는 배달이 가장 불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답은 집밥일까요.

"배달 18,500원 대신 집에서 3,000원어치 재료로 해 먹었다"는 계산은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 3,000원은 재료 가격표에서 옮겨 적은 숫자이고, 실제로 그 한 끼에 들어간 돈은 아닙니다. 이번에는 그 차이를 계산해 보겠습니다.

미리 말해 두면, 집밥이 지는 결론은 아닙니다. 다만 집밥이 이기는 조건이 따로 있고, 그 조건을 모르면 절약이 안 됩니다.

재료비가 원가가 아닌 이유

숫자는 이해를 위한 예시입니다. 김치찌개를 한 번 끓이는 데 이만큼 씁니다.

재료 산 단위 가격 한 번에 쓰는 양
돼지고기 500g 8,000원 150g
두부 1모 2,000원 1/2모
김치 1kg 9,000원 200g
대파 1단 3,000원 1/4대
양파 3개 3,000원 1개

쓴 양만 따지면 한 그릇 재료비는 4,000원쯤입니다. 그런데 장바구니에서 나간 돈은 25,000원입니다.

차액 21,000원은 냉장고에 남았습니다. 이 남은 재료가 전부 음식이 되면 한 끼 원가는 정말 4,000원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안 되는 경우입니다.

대용량이 항상 싸지 않다에서 다룬 원리와 똑같습니다. 분모는 산 양이 아니라 먹은 양입니다. 25,000원을 쓰고 두 끼만 먹었다면 한 끼는 12,500원입니다. 배달과 크게 다르지 않아집니다.

계산에서 자주 빠지는 네 가지

1. 조미료·기름의 초기 비용

첫 요리를 시작하려면 갖춰야 할 게 있습니다. 간장·소금·설탕·식용유·고춧가루·다진 마늘. 한 번에 3~5만 원이 나가고, 이건 한 끼 재료비에 절대 안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원가가 아닌 것도 아닙니다. 회당으로 나누면 됩니다. 4만 원을 갖추고 1년에 100번 요리하면 한 끼 400원입니다. 부담이 아닙니다. 그런데 1년에 열 번 요리하면 한 끼 4,000원입니다 — 재료비만큼 큽니다.

조미료를 사 두고 요리를 안 하는 것이 자취 식비에서 가장 흔한 손실입니다. 초기 비용은 횟수로만 회수됩니다.

2. 에너지와 설비

가스·전기·물, 그리고 세제와 수세미. 한 끼에 몇백 원 수준이라 무시해도 될 것 같지만, 끓이고 굽는 요리는 생각보다 오래 불을 씁니다. 국물 요리를 자주 하는 달과 안 하는 달의 가스요금은 눈에 보이게 다릅니다.

3. 시간

이게 가장 큽니다. 장보기 30분, 조리 30분, 설거지 15분이면 한 끼에 1시간 15분입니다.

시간에 값을 매기는 게 불편하다면 매기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이건 알아 두는 게 좋습니다. 시간이 없는 날의 집밥은 실패하기 쉽습니다. 지쳐서 못 하고, 재료는 상하고, 결국 배달을 시킵니다. 그러면 재료비와 배달비를 둘 다 낸 셈이 됩니다.

집밥 실패의 진짜 비용은 조리 시간이 아니라 버려진 재료 + 결국 시킨 배달입니다.

4. 실패한 요리와 질린 음식

처음 하는 요리는 실패합니다. 그리고 4인분을 끓여 놓고 세 번째 끼니에 질려서 버리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1인 가구의 냄비 요리는 한 번 끓이면 34끼가 나오는데, 34끼를 같은 걸 먹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질 원가로 다시 계산하면

같은 김치찌개를, 재료를 끝까지 쓴 경우와 절반을 버린 경우로 나눠 봅니다. 숫자는 이해를 위한 예시입니다.

항목 잘된 경우 흔한 경우
장바구니 지출 25,000원 25,000원
실제로 먹은 끼니 5끼 2끼
조미료 분할 (회당) +400원 +2,000원
에너지·세제 (회당) +300원 +300원
한 끼 실질 원가 약 5,700원 약 14,800원

같은 장바구니, 같은 요리인데 한 끼 원가가 두 배 반 차이 납니다. 갈린 것은 요리 실력이 아니라 끝까지 먹었는지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칸은 배달 한 끼와 거의 같습니다. 요리하고 설거지까지 했는데 배달과 비슷한 돈을 쓴 것이죠.

집밥이 이기는 조건

정리하면 집밥의 유리함은 요리 자체가 아니라 횟수와 소진율에서 나옵니다.

조건 집밥의 승패
주 4회 이상 요리 압도적으로 유리 — 재료가 다 소진됨
주 1~2회 요리 애매 — 남은 재료 처리에 달림
요리하는 날이 불규칙 불리 — 상해서 버리는 양이 큼
같은 재료를 여러 메뉴에 씀 유리
메뉴마다 새 재료가 필요 불리
4인분 끓여 혼자 다 먹음 유리하지만 질림 주의

집밥은 습관일 때 싸고, 이벤트일 때 비쌉니다. 한 달에 한 번 큰맘 먹고 하는 요리는 거의 항상 손해입니다.

원가를 낮추는 다섯 가지

1. 재료가 겹치도록 메뉴를 짠다

한 주 메뉴를 정할 때 한 재료가 최소 세 번 쓰이게 짭니다. 양파 3개를 사면 양파가 들어가는 메뉴 세 개를 미리 정하는 식입니다.

가장 큰 절약이 여기서 나옵니다. 버리는 양이 줄면 분모가 커지고, 분모가 커지면 한 끼 원가가 그대로 내려갑니다.

2. 사자마자 소분해서 냉동한다

고기 500g을 150g씩 나눠 냉동해 두면, 대용량의 단위가격 이점을 살리면서 버리는 양을 0에 가깝게 만들 수 있습니다. 대파도 썰어서 냉동하면 시들지 않습니다.

지퍼백 값이 아까워 보이지만 버린 고기값보다 훨씬 쌉니다.

3. 목표를 낮게 잡는다

"이제부터 매일 집밥"은 대개 2주 안에 무너집니다. 무너질 때 냉장고에는 재료가 남아 있고, 그게 다 손실입니다.

주 2~3끼부터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지킬 수 있는 횟수만큼만 재료를 사는 것이 1번 규칙보다 먼저입니다.

4. 밥은 따로 취급한다

쌀은 상하지 않고, 단위가격 이점이 크고, 한 번에 지어 소분 냉동이 잘 됩니다. 밥만 집에서 해도 외식·배달의 단가가 내려갑니다 — 반찬이나 국만 사서 더하면 되니까요. 요리 전체를 다 하지 않아도 절약은 시작됩니다.

5. 반조리·밀키트는 시간값으로 판단한다

밀키트는 재료비만 보면 비쌉니다. 대신 버리는 양이 0이고 시간이 짧습니다. 바쁜 주에는 재료를 사서 썩히는 것보다 밀키트가 실제로 싸게 끝납니다.

집밥과 배달 사이에 있는 선택지를 계산에 넣기만 해도 실패 횟수가 줄어듭니다.

실전 요약

상황 판단
이번 주 요리 가능 횟수가 확실하다 그 횟수만큼만 장을 본다
남는 재료가 예상된다 소분 냉동 또는 소용량 구매
조미료가 없다 초기 비용을 회당으로 나눠 판단
바쁜 주 밀키트·반조리가 집밥보다 쌀 수 있음
밥만이라도 가능 밥 + 시판 반찬이 배달보다 유리
4인분 요리 3끼 안에 다 먹을 계획까지 세운다

원가를 알면 선택이 편해진다

집밥·외식·배달 중 무엇이 옳은지를 정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세 가지의 실제 값을 같은 자리에 놓고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려면 각각의 진짜 숫자를 알아야 합니다.

알뜰킹의 밥집 가격은 다녀온 분들이 남긴 값입니다. 로그인 없이 누구나 제보할 수 있고, 여러 제보를 중앙값으로 모아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값은 계산에서 제외합니다. 내 동네 국밥이 8,000원인지 11,000원인지 알면, 위의 5,700원과 14,800원 중 어느 쪽과 비교해야 할지도 정해집니다.

식자재를 온라인으로 살 때는 최저가 검색이 배송비를 더한 실질가로 줄을 세우고, 용량을 읽을 수 있는 상품은 100g당 단가까지 같이 보여 줍니다. 소분 냉동 전략과 함께 쓰면 대용량의 이점만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한 달 식비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요리를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 온 것을 다 먹는 것입니다. 요리는 그다음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