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식비 설계 — 다섯 편의 계산을 한 장에 합치면

여기까지 다섯 편은 모두 한 끼를 다뤘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를 읽는 법에서 시작해 점심값, 배달, 집밥, 편의점까지 각각의 한 끼 값을 뜯어봤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가 관리해야 하는 단위는 한 끼가 아니라 한 달입니다. 그리고 한 달 식비는 한 끼 값에 끼니 수를 곱한 값이 아닙니다. 곱셈으로 나오지 않는 것들이 그 사이에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앞의 다섯 편에서 계산한 숫자를 한 장에 모아 30일 예산을 짜 봅니다.

한 끼를 30일로 늘리면 생기는 것

한 끼 계산과 한 달 계산이 어긋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사람은 같은 걸 30일 먹지 못합니다. 계산기 위에서는 가장 싼 한 끼를 60번 반복하는 게 최적해입니다. 실제로는 4일째부터 무너집니다. 한 달 예산은 평균 단가가 아니라 조합으로 짜야 합니다.

둘째, 피곤한 날의 지출은 평소의 두세 배입니다. 야근한 날의 저녁은 배달 18,500원이고, 장 볼 기운이 없는 날의 저녁은 편의점입니다. 이 날이 한 달에 몇 번인지를 미리 예산에 넣지 않으면, 그 며칠이 계획 전체를 초과하게 만듭니다.

셋째, 곁들임은 한 끼 계산에서 자주 빠집니다. 커피 한 잔은 한 끼 값에 안 들어가지만 한 달에는 확실히 들어갑니다. 4,500원짜리 커피를 평일마다 마시면 99,000원입니다. 점심값을 3,000원 아껴 봐야 커피가 그걸 되돌려 놓습니다.

다섯 편의 숫자를 한 줄에

앞 편들에서 계산한 한 끼 값을 모으면 이렇습니다. 전부 각 편에서 항목을 쪼개 더한 숫자입니다.

끼니 방식 한 끼 값 근거
일반 외식 11,000원 점심값 계산
알뜰 밥집 8,000원 제보 가격 기준
배달 (혼자) 18,500원 최소주문금액·전용 가격 포함
집밥 (재료를 다 씀) 5,700원 조미료·에너지 분할 포함
집밥 (재료를 남김) 14,800원 같은 장바구니, 두 끼만 먹은 경우
편의점 조합 5,300원 삼각김밥 2개 + 컵라면
마감 할인 도시락 3,500원 시간을 못 고름

여기서 눈에 걸리는 건 집밥의 두 줄입니다. 5,700원과 14,800원은 같은 장바구니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다 먹었는지 남겼는지만 다릅니다. 한 달 예산에서 가장 크게 어긋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한 달을 60끼로 놓고 계산하면

아침을 간단히 먹거나 거르는 1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달을 이렇게 셉니다.

합해서 60끼입니다. 이 60끼를 어떻게 채우는지에 따라 한 달 식비가 갈립니다.

시나리오 A — 아무것도 손대지 않는 달

항목 계산 금액
평일 점심 외식 11,000원 × 22 242,000원
저녁 — 배달 8회 18,500원 × 8 148,000원
저녁 — 외식 10회 11,000원 × 10 110,000원
저녁 — 간편식 12회 6,000원 × 12 72,000원
주말 점심 8회 11,000원 × 8 88,000원
커피 (평일 매일) 4,500원 × 22 99,000원
합계 759,000원

특별히 사치한 달이 아닙니다. 배달을 주 2회 시키고 점심은 회사 근처에서 먹고 커피를 매일 한 잔 마신 달입니다. 그런데도 75만 원이 나갑니다.

시나리오 B — 조합을 바꾼 달

같은 60끼를 조합만 바꿔서 채웁니다. 굶는 항목은 없습니다.

항목 계산 금액
평일 점심 — 알뜰 밥집 14회 8,000원 × 14 112,000원
평일 점심 — 편의점 5회 5,300원 × 5 26,500원
평일 점심 — 도시락 3회 5,700원 × 3 17,100원
저녁 — 집밥 18회 5,700원 × 18 102,600원
저녁 — 외식 6회 11,000원 × 6 66,000원
저녁 — 편의점 4회 5,300원 × 4 21,200원
저녁 — 배달 2회 18,500원 × 2 37,000원
주말 점심 — 집밥 4 · 외식 4 22,800 + 44,000 66,800원
커피 (주 2회) 4,500원 × 8 36,000원
합계 485,200원

차이는 약 274,000원입니다. 1년이면 330만 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B에도 배달 2회와 외식 10회, 커피 8잔이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끊은 항목이 없고, 비중만 바뀌었습니다.

이게 이 연재에서 계속 말해 온 것입니다. 식비 절약은 항목을 지우는 일이 아니라 같은 끼니를 더 싼 자리에서 먹는 일입니다.

시나리오 C — 무리한 달

60끼 전부를 편의점 최저 조합과 컵라면으로 채우면 끼당 4,300원, 한 달 258,000원까지 내려갑니다. 계산기 위에서는 이게 정답입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됩니다. 2주는 버티고, 3주째에 반동이 옵니다. 그동안 참았다는 감각이 배달과 외식으로 한 번에 돌아오고, 그 주에 A 시나리오를 넘깁니다. 무지출 챌린지처럼 아예 안 쓰는 날을 만드는 방법도 같은 구조입니다 — 하루를 0원으로 만들면 다음 날에 그만큼이 몰립니다.

한 달 예산의 목표는 최솟값이 아니라 30일을 완주하는 값입니다.

예산이 무너지는 세 지점

시나리오 B로 짜 놓고도 초과하는 달이 있습니다. 원인은 대체로 셋 중 하나입니다.

1. 재료를 남겼다. 집밥 18회를 계획하고 12회만 해 먹으면, 나머지 재료는 버려집니다. 집밥 원가 편에서 본 대로 분모가 줄면 한 끼 원가는 5,700원에서 14,800원으로 올라갑니다. 계획한 횟수를 못 지킨 대가가 끼당 9,000원입니다.

대응은 재료를 적게 사는 게 아니라 소분해서 냉동하는 것입니다. 산 날 30분을 쓰면 분모가 지켜집니다.

2. 곁들임이 늘었다. 편의점 도시락 5,000원에 음료와 과자를 더하면 8,200원입니다. 편의점 편에서 본 3,200원 차이는 밥이 아니라 곁들임에서 벌어졌습니다. 한 달로 곱하면 이 차이만 6만 원이 넘습니다.

3. 예상 못 한 배달이 늘었다. 배달을 2회로 계획했는데 5회가 되면, 늘어난 3회만 55,500원입니다. 배달을 죄악시할 필요는 없지만, 예산에 미리 몇 회를 적어 두는 것과 그냥 시키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적어 두면 4회째에 스스로 알게 됩니다.

30일 식비 예산을 짜는 순서

1. 60끼를 먼저 센다

금액이 아니라 끼니 수부터 셉니다. 이번 달에 야근이 몇 번인지, 주말에 약속이 몇 번인지를 세면 배달·외식 횟수가 자동으로 정해집니다. 이 순서를 뒤집으면(금액 먼저) 현실이 예산을 뚫습니다.

2. 못 줄이는 끼니를 먼저 채운다

약속 있는 저녁, 시험 기간의 편의점, 야근한 날의 배달 — 이건 고정값으로 둡니다. 줄일 대상은 나머지 끼니입니다.

3. 동네 시세로 점심 단가를 정한다

점심값은 한 달 예산에서 가장 큰 덩어리입니다. 그리고 이 단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라 내 생활권의 시세가 정합니다. 우리 동네 백반이 8,000원인지 11,000원인지 모르면 목표 단가를 세울 수 없습니다.

알뜰 밥집에서 지역으로 걸러 보면 제보로 모인 가격이 보입니다. 여러 사람의 제보를 중앙값으로 모으고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값은 계산에서 빼기 때문에, 한 사람의 특선 메뉴 가격에 기준선이 휘둘리지 않습니다. 제보가 1건인 가게와 12건인 가게는 건수를 함께 보여 주니 신뢰도도 구분됩니다.

4. 반복 구매 품목은 한 번에 사 둔다

쌀·라면·즉석밥·통조림처럼 상하지 않고 매달 사는 품목은 한 달에 한 번, 최저가 검색에서 배송비를 더한 실질가로 사 둡니다. 여기서 아끼는 돈은 끼니를 바꾸지 않고 생기는 차액이라 예산 안에서 가장 안전한 절약입니다.

용량 표기를 읽을 수 있는 상품은 100g당·100ml당 단가까지 함께 나옵니다. 대용량이 항상 싸지 않기 때문에, 큰 봉지를 집기 전에 단가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5. 커피와 간식을 식비에 넣는다

식비를 따로, 커피를 따로 관리하면 둘 다 지켜지지 않습니다. 하나의 예산에 넣어야 커피를 한 잔 줄일지 점심을 한 번 싸게 먹을지 비교가 됩니다. 같은 지갑에서 나가는 돈이니까요.

통계보다 내 기록이 먼저다

1화에서 체감 물가와 통계가 어긋나는 이유를 다뤘습니다. 한 달 예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됩니다. 남들의 평균 자취 식비가 얼마인지는 내 예산에 거의 쓸모가 없습니다. 사는 동네, 자주 먹는 메뉴, 요리 빈도가 다르니까요.

대신 내 지난달 60끼가 어떻게 채워졌는지는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카드 내역에서 배달 횟수와 편의점 횟수만 세 보면, 위 표에서 어느 줄이 몇 번이었는지가 바로 나옵니다. 거기서부터 조합을 바꾸는 게 남의 평균을 따라가는 것보다 빠릅니다.

여섯 편을 세 문장으로

시나리오 A와 B의 차이 274,000원은 굶어서 만든 돈이 아닙니다. 같은 60끼를 다른 자리에서 먹어 생긴 차이입니다. 그 자리를 찾는 데 필요한 건 의지가 아니라 가격 정보입니다 — 동네 밥집 시세와 온라인 실질가, 두 가지입니다.

오늘 먹은 한 끼 값을 알뜰 밥집에 남겨 주세요. 로그인은 필요 없습니다. 그 한 줄이 다음 달 누군가의 기준선이 됩니다.